대메뉴

미디어동국

본문

홈 > 미디어동국 > 언론속 동국 > 칼럼

[시론] 대학혁신, 선(善)한 권력이 출발점

☞ 언론사 기사 바로보기
[시론] 대학혁신, 선(善)한 권력이 출발점

한동안 대학 외부에서 총장을 모셔오는 사례가 많았다. 명망가 급의 고위공직자, 경영자 출신이 대부분이다. 외부 영입은 대학의 상황과 환경, 필요 등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정체와 타성의 분위기를 벗어날 계기로 평가받기도 한다.

외부 출신 총장 중 일부는 “대학이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대학에 오기 전 그들이 경험했던 곳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대학은 공직처럼 위계질서가 뚜렷하지 않다. 기업처럼 수익성이라는 모든 선택의 절대적 판단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2015년 61만명이었던 고졸자는 2024년 4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 대학 진학률도 2005년 82%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학혁신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업’ ‘소통능력’의 4C, 4차 산업혁명시대 ‘대량 개인화 대학교육’ ‘개념설계역량 교육’ 요구는 대학혁신의 충분조건이다.

하지만 대학혁신은 어렵다. 사익과 공익의 교차 때문이다. 조직유지와 발전을 위한 이익창출과 교육의 공익추구가 대학에는 함께 있다.

전문성도 대학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학과나 전공은 대학의 기본단위다. 나름의 특수성과 고유영역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본부 중심 표준화에 한계가 있다. ‘할거주의’나 ‘봉건 영주제’ 같다는 냉소적 비판을 받지만 그게 대학이다.

대학혁신에는 학교의 존재이유에 대한 인식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학교는 학생의 직업적 성공과 궁극적인 자아실현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학생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고 환경에 노출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개인의 지식과 지혜를 갖도록 지원’하는 것이 학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배움을 위한 학습’ ‘전문가급의 심화학습’ ‘수평적 학습’의 교육은 대학의 파괴적 혁신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전공 간 벽 허물기’ ‘융·복합 교육’ ‘현장과 함께 하는 교육’ ‘진로관련 서비스 강화’ 등이 중요하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게 생각만큼, 기대만큼,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리더십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인’이 직접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단일대오’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다. 주인이 확실한 철학, 방향, 수단을 갖고 추진하면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주인이 진다. 주인은 가장 강력한 애정을 갖고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에 성공 가능성도 높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리더십이 가능한 대학은 많지 않다. 일정 단계까진 올려놓을 수 있지만 주인이 계속 할 수는 없다. 결국 대학의 자체동력으로 이어져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아니고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제도화다. 그래야 오래 간다. 권력의 완성이 후계체제 구성으로 마무리된다면 100년을 가는 후계 제도화에 대한 주인의 준비가 핵심이다.

대학은 ‘조직화된 무정부 상태(organized anarchy)’라고 한다. ‘느슨한 자영업자들의 연합체’라는 말이다. 대학의 구성원은 세계관이 다르다. 서로를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 출신 총장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바로 이 대학의 속성과 특성이다.

구성원의 공감·지지·동참을 이끌어내며,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아가 대학의 기본구성 단위에 자율·책임·분권의 리더십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의 대학, ‘선(善)한 권력의 탄생’이다.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