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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빙자한 ‘司法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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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빙자한 ‘司法의 정치화’

빈번하게 회자되는 용어로, 역대 정권마다 중요한 국정 과제로 꼽히는 말이 사법개혁이었다.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司法)이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법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21대 국회가 출범하자 전직 법관 출신 여당 의원들이 사법개혁 기치 아래에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개정안에는 사법 행정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사법행정위원회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해 현 대법관의 수를 3배 이상 증원하거나 법관인사위원회 위원 수를 2배로 증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사법개혁을 위해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이른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바꾸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관상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정안 중에는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사법 행정권의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법관과 비법관 위원을 동수로 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법관의 보직 등 인사를 맡기고, 법원사무처를 신설해 행정사무를 맡기는 것이 있다. 또 다른 개정안에는, 현행 대법관의 수를 14명에서 48명으로 대폭 증원하고, 대법원 합의체의 구성 요건을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 법관인사위원회의 위원 수를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위원 구성도 다양화하는 개정안도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원조직법 개정안들이 추구하는 바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 사법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들을 보면 법관의 인사권 향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이는 그동안 사법개혁의 걸림돌이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이었다고 보고, 대법원장의 권한을 통제하면 사법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首長)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지위와 권한은 기본적으로 헌법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은 국가권력을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분산하고 있다.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그리고 사법권은 법원에 위임돼 있다. 헌법은 각 국가권력에 있어 수장을 규정해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은 사법부의 수장으로 대법원장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법행정의 책임자가 대법원장임을 의미한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은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배제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부여하라는 게 아니다. 그리고 개정안 중에 대법관의 대폭 증원 문제는 과거 반대가 심해 추진하지 못했는데, 이런 분위기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총선 직전에 판사직을 사퇴하고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문제가 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어제의 법관이 오늘의 국회의원이 되는 게 권력분립 원칙의 정신에 부합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래서 설혹 사법개혁을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법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들이 법관의 인사권에 관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자체가 자칫 사법의 정치화로 보일 우려가 있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불공정한 재판이나 사법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사법의 정치화를 차단하는 일이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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